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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 18.08.30 ~ 19.02.14/'🇷🇺러시아' 긴 여정의 시작

러시아 02. 블라디보스토크(2), 밤을 새우고

솔직한 진욱씨 2023. 9. 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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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01. 블라디보스토크(1), 긴 여정의 시작점

2018년 8월 30일 목요일, 늦은 저녁 하루 종일 짐정리만 했다. 저번 주는 예방접종이니 각종서류니 관공서만 다녔던 것 같다. 대략 짐은 싱글침대를 가득 채울 만큼 나왔다. 배낭에 한번 다 넣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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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정면은 이렇다. 시원하게 뻗은 입면 디자인이 맘에 든다.

 

 

조용한 나는 첫마디를 건네는 게 어색했지만, 모두 다 배낭여행을 오래 하려는 계획을 가진 공통점으로 대화가 잘 이어졌다. 다들 최소 3개월 이상은 여행할 목표로 나오셨다.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얘기를 3시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아침 6시 반이 되었고, 시내로 가는 전철을 기다리기에 지쳐 다 같이 택시를 타기로 했다.

 

 

역시나 공항주변은 아무것도 없다.

 

저기 택기기사 삼형제의 호객행위가 제일 힘들었다.

 

 

 

공항 밖을 나오자마자 연예인 기다린 듯한 기자마냥 택시기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가격을 제시하였다. 1000 루블, 2000 루블, 뭐 인당 500 루블은 줘야 한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를 대비해 러시아의 우버 막심으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가격은 250 루블1/4이다. 2015년도에 여행할 때는 이런 앱도 없이 무한흥정을 하고 그랬는데, 요즘 기술의 발달이 세상을 편리하고 투명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적당히 바가지 씌웠으면 순순히 따랐을 텐데 말이지.’

 

 

 

택시는 우리를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역에 내려주었다. 오전 7시30분 이른아침에도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호스텔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레닌 동상. 공원이다 싶은 공간이면 레닌동상을 꾀 자주 본 것 같다.

 

 

셋은 시내에 도착했고 각자 호스텔로 향했다. 20대 두 친구는 공교롭게 나와 같은 호스텔이었다. 짐을 호스텔에 맡겨두고 아침을 먹으로 거리로 나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야 다른 나라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시내를 구경해서인지 감흥 없는 사진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내 우리는 배가 고팠다.

 

 

메인 광장 근처인 것 같기도 하고...처음보는 서양(?) 양식 건물이 신기하기 따름이다.

 

관공서 건물같은데, 기백이 넘친다.

 

여기가 유명한 아르바트 거리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없다.

 

아르바트 거리 중간중간에 이런 그래비티가 그려진 아치형 골목들이 많았다.

 

처음 보는 시가 바. 진짜 담배만 피는 곳이다. 참으로 생소했다.

 

아앗... 저 문양은... 생각보다 러시아에 소련시절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아르바트 끝자락에 도착하면 작은 광장이 나온다.

 

광장 뒷편으로는 해안가가 형성되어있다.

 

피곤한 채로 한 컷.

 

오전 11시 즘이었나? 슬슬 관광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길 가다 옥상에 설치된 조각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혁명전사광장에선 오일장 같은 것이 열렸다.

 

주로 생선을 많이 팔았다. 간혹가다 젓갈같은 것도 보였다.

 

빵 파시는 러시아 아재가 멋있었다. 그래서 한 컷.

 

 

유일하게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은 KFC이다. 메뉴에는 숫자를 제외하고 알아볼 수 있는 게 없었다. 죄다 러시아어에다가 여기저기 흩어진 햄버거 사진밖에 보이지 않았다. 뭔가 숨이 탁 막히는 시점이었는데, 알바하시는 분이 이뻐서인지 숨통이 다시 트였다. 어찌어찌 음식 주문도 하고, 아침도 해결하면서 각자의 여행얘기도 더 하고 헤어졌다.

 

(Tip) 러시아의 패스트푸드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트메뉴(햄버거, 감자튀김, 음료)가 없다. 콤보라 해서 햄버거와 음료를 같이 주고, 감자튀김을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가격이 의외로 비싸다.

 

 

러시아의 유명한 통신사(MTS)에서 산 심카드

 

러시아는 특이하게 물이 두 종류다. 탄산이 살짝 애매하게 들어간 '가스'와 그냥 '일반'

 

 

식사를 해결한 뒤 각자 숙소로 헤어졌다. 체크인하려 어리숙한 영어로 호스텔 직원에게 말을 걸었는데, 상당한 수준의 한국말로 안내를 해줬다. 말투며 쓰는 단어며 심지어 관용표현도 사용하는 정도였다.

 

왜 이렇게 한국말을 잘해요?”

 

한국에서 쫌 살았어요ㅋㅋ

 

한국에서 살았다고 한다. 겸손함까지...

 

방을 안내받고 짐정리하고 샤워하고 아주 상쾌한 상태로 낮잠을 자게 되었다. 큰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바람에 흩날리는 얇은 커튼 그리고 그사이로 부서져 들어오는 햇볕이 나를 깨웠다. 한 오후 5시 되었다. 배가 고파서 깬 것 같기도 하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에서 자주 먹는 볶음밥, 쁠롭이다.

 

 

간단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근처에 있는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각종 채소가 들어있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뭔가 동남아 느낌도 나긴 했는데,이라는 익숙지 않은 향신료 때문에 색다른 맛으로 느껴졌다. 러시아에서 을 처음 접해서 그런지 을 먹으면 러시아의 여행 추억이 어렴풋이 난다. 적당한 기름기와 샐러드가 묘한 균형감을 맞추고 있었다. 가격은 100 루블(당시2000, 환율이 11 루블 당 20원 정도 했다.)로 아주 가성비가 좋았다.

 

 

발레공연에 늦을 것 같아 탄 택시. 라디오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흥미롭다.

 

 

러시아는 발레가 유명하다. 그리고 주 도시마다 극장(Theatre,театр)이 있어 월별 스케줄만 잘 확인하고 일찍 예매하면 좋은 공연들을 싸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백조의 호수발레공연을 미리 예매했었다. 하지만 그걸 보러 가기엔 조금 늦은 감이 있어 서둘러 택시를 타고 극장으로 갔다.

 

중심지에서 금각만대교(졸로토이 다리) 건너에 극장이 있다. 택시 운전기사 형님이 스무스하게 빨리(?) 운전을 해줘 제시각에 도착했다. 표를 검사받고 좌석 근처 출입구에 갔다. 극장 내부는 이미 불을 다 꺼버린 상태라 직원이 내 손을 잡고 좌석까지 안내해 주었다.

 

 

지정된 좌석으로 가는 중

 

마린스키 극장 내부다. 저기 아래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같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객석에서 나와 1층 홀을 바라 본 모습. 아래에는 간단하게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유료)

 

악장 사이 인터미션이 주어진다. 이때 당이나 카페인을 보충할 수 있다.

 

3층 복도에서 바라본 외부. 이 날 노을이 너무 이뻤다.

 

 

처음 보는 발레공연이다. 아니 이런 극장은 처음 들어와 봤다.백조의 호수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막장에서 우리 모두가 아는 멜로디가 나온다. 오늘 일정이 피곤한 탓이었는지, 2장 마지막 즘에서 잠을 자버렸다. 박수소리에 잠이 깼다. 잠시의 인터미션이 주어지고, 이어서 3장이 시작했다. 잠을 잔 덕분에 3장은 오히려 더 큰 전율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잠은 제때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암요.)

 

 

공연이 끝나고 메인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공연관람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글맵은 버스를 타라고 추천해 주었다..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버스는 오지 않고, 구글맵은 버스 도착시간이 계속 바뀌기만 했다. 지나가던 택시기사가 버스영업시간이 끝났는데 왜 기다리냐, 자기 택시를 타라고 했다. 처음엔 택시기사가 영업하는 줄 알았는데, 상황을 보니 주변은 아무도 없고, 버스는 올 기세가 안보였다.

 

가시죠. 대신 얼마예요?”?”

 

둘이 해서 300 루블만 줘

 

“?”

 

알고 보니 내 뒤에 한국인이 한 명 더 있었다. 나랑 같은 처지인 것 같았다. 같이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갔다.

 

 

 

발레공연을 다 보고 나왔더니 기가 막힌 노을이 지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한 컷 더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