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여행준비를 마치고 나니 늦여름이었다. 그래도 따뜻할 때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마 1~2주만 늦었어도 러시아 일정 마지막에 달했을 땐, 엄청 추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나는 93년생이다. 어린 시절의 러시아는 뭔가 꽉 막혀있는 소련의 국가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후 대학생이 되고 많은 매체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생각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더군다나 첫 여행지로 러시아를 간다고 부모님께 말했을 때, ‘소련’은 조심하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였었다.
러시아는 비행기로 2시간 내외로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아마 일본, 중국 다음으로 가까운 나라가 아닌가...?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을 때, 엄청 무서운 입국심사관 아주머니의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마치 그리즐리 곰이 사냥감을 찾은 눈빛이었다. 나의 오랜 고정관념과 첫 입국이기 때문에 그리 무섭게 느낀 것 같다.
러시아를 첫 여행지로 꼽은 목적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급박한 일정이 아니어서 횡단 중간에 많은 도시를 방문할 수 있었다. 나의 루트는 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노보시비리스크→예카테린부르크→카잔→모스크바→상트페테부르크 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직행은 7일 걸리지만, 나의 루트는 최소 30일 걸렸다.
결과적으로, 40일간 여행하면서 어느 하나 불편함 없이 잘 지냈다. 여유가 된다면 다시 방문해 오래 여행하고 싶은 나라 중 하나다. 당시 2018 월드컵 개최여파와 소련시절 잘 만들어놓은 인프라 덕이었다. 그리고 20~30대들은 영어를 수준급으로 잘했다. 나보다 상당히 잘했다. 그래서였는지 대게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좋은 경험만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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