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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 18.08.30 ~ 19.02.14/'🇷🇺러시아' 긴 여정의 시작

러시아 03. 블라디보스토크(3), 시내구경 그리고 뻘짓

솔직한 진욱씨 2023. 10. 9. 23:09

https://jinwook-kim.tistory.com/5

 

러시아 02. 블라디보스토크(2), 밤을 지새고

https://jinwook-kim.tistory.com/4 러시아 01. 블라디보스토크(1), 긴 여정의 시작점 2018년 8월 30일 목요일, 늦은 저녁 하루 종일 짐정리만 했다. 저번 주는 예방접종이니 각종서류니 관공서만 다녔던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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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가 블라디보스토크를 반겼다.

 

 

201891일 토요일, 아침

 

열린 창문으로 햇살과 바람이 잠을 깨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상쾌한 기분이다. 한국 4~5월 즘 선선한 날씨에 적당한 햇볕이 들어오는 그런 감성이었다. 호스텔에서 체크아웃한 뒤 짐을 맡기고 시내구경하러 나왔다. 횡단열차 탑승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몇 군데는 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어제 볶음밥을 먹었던 작은 식당으로 갔다. 이번엔 비슷한 구성인데 케밥용 고기가 들어간 볶음밥으로 시켰다. 역시 맛있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섰다.

 

 

'아르세니예프 극동역사박물관'에 걸려있는 해양지도다. 오목하게 튀어나 온 지형을 주변으로 다양한 생물들이 관찰된 듯 하다.

 

엄청 큰 산호초도 전시되어있다. 이것 말고도 여러 해양생물들을 볼 수 있다.

 

1900년대 블라디보스토크의 지도이다. 건축을 공부한 나로서는 오래된 지도를 보는 것에 흥미가 많다.

 

 

길을 걷던 중 거리 모서리에 박물관 하나를 발견했다. 구글 지도를 보니 아르세니예프 극동역사박물관였다. 이내 바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200 루블(당시 약 4,000 ), 연해주의 오랜 역사가 담긴 수집품들을 주로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근대문물, 시대별 지도, 북조선시대의 물건들 등 다양한 장르의 물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오른쪽에 있는 지도가 이뻐서 찍었다.

 

옛날에 발행된 잡지같은데 조선시대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이 외에도 북한과 러시아가 교류한 흔적들도 볼 수 있다.

 

2012-2013 에 걸쳐서 전시를 한 모양이다. 그 전시에 대한 책자로 추정된다.

 

근현대에 주요한 인물들의 청사진들을 걸어둔 전시이다.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무섭다.

 

 

관람을 마치고 길가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고 있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해외에서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평범한 메뉴인줄 알았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겐 조금 아쉬운 맛이었지만, 가격이 69 루블(당시 약 1,300 )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가성비가 좋았다. 알고 보니 내가 방문한 카페는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해적커피였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해적커피. 나는 이게 유명한지도 모르고 방문했다.

 

왜 유명한가 했더니...유일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는 곳인 것 같다.

 

 

커피를 마시며 해변가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현지 고등학교에서 견학 온 모습도 보이고, 해안가 따라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따사로운 햇살과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뭔가 모를 평화가 느껴지던 거리였다.

 

 

다시 아르바트 거리로 왔다.

 

해변가에 다다르면 분수대가 있다.

 

분수대를 기점으로 우측으로는 보행로가 잘 조성되어있다.

 

요트, 해수욕, 산책, 버스킹공연. 참으로 평화로운 모습이다.

 

망망대해를 뒤로 한 컷. 이때는 몰랐다. 앞으로 셀카를 찍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방파제에 파도가 부서진다.

 

해안가를 따라 조금만 더 걸었다.

 

공장같이 큰 시설이 보여서 그쪽으로 향했다. 알고보니 종합스포츠센터라고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탈시간이 다가왔다. 기차표에는 15:50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기 전에 기차에서 3일 치 식량을 사러 마켓으로 갔다. 큰 비닐봉지에 식료품을 한가득 샀다. 그리고 다시 호스텔로 돌아가 짐을 되찾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에선 공항에서 만났던 배낭여행 좀 해보신 누나가 기다리고 계셨다. 누나한테서 공기주입형 목베개를 받기로 했다. (이 목베개는 정말 요긴하게 썼습니다. 에스더 누님. 기회 되면 밥이라도 사드리고 싶네요...!) 만발의 준비를 하고 기차역에서 기다렸다.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사진찍었다. 삼각대를 잘 샀다고 만족하는 순간이다. 그 만족은 몇 분 안 갔다.

 

바로 저 화물기차가 지나가고 나서 삼각대가 넘어졌다.

 

 

 

긴 여정의 출발점을 기념할 겸 조그마한 삼각대에 카메라를 꽂아 사진을 촬영하려 했다. 그 순간 화물기차가 엄청난 굉음과 바람을 내며 지나갔다. 후폭풍에 삼각대는 힘없이 쓰러졌고, 하필 또 운이 안 좋게 핸드폰 액정이 돌부리에 박혀버리면서 와장창 부서져버렸다. 한국에서 한 번도 깨 먹지 않았던 액정이 불과 여행 3일 차에 박살 났다.

 

이때부터였나... 뭔가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차시간인 15:50은 다가오는 데 내가 탈 기차넘버가 안 보이는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후기들을 보면 주로 출발시각 10~20분 전에 미리 정차해서 기다린다 했다. 표에 적혀있는 플랫폼 번호까지 3번 이상은 다시 확인한 것 같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출발까지 10분 남았다. 건너편에 있는 기차 3대가 내 눈에 들어왔다. 25kg 되는 무거운 짐을 메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 기차가 내가 타는 기차가 맞냐고 수십 번을 물어보았다. 전부 아니라고 한다. 몇몇은 손목시계를 가리키는 시늉을 하며 아니라고 한다. 역사 안에도 들어가 기차를 어디에서 탈 수 있는지 여러 번 물어보았지만, 영어를 잘하지 않는 러시아에선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리는 후들거리며 뛰는 와중에 아까 보이던 기차 3대가 다 떠났다.

 

. 이럴 순 없어... 어...?! 하는 도중 깨달았다.

 

나는 바보였다.

 

 

 

그 문제의 티켓이다. 바보같이 아래에 작게 적혀있는 시간을 출발시간으로 착각한 것이다. 위에 대문짝만하게 로컬 출발시간이 적혀있다.

 

 

 

러시아는 땅이 워낙 크다 보니 기차탑승 시간기준을 2개 표기하여 보여준다. 모스크바 시간과 탑승지역의 시간. 나는 줄곧 모스크바 기준 출발시간만 보고 헐레벌떡 뛰어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모스크바 기준 출발시간을 보여주며 탑승 어디서 하냐고 여쭌 것이다. 이제 손목시계를 가리키는 시늉을 하며 탑승시간이 아니라고 말하던 게 이해가 갔다. 티겟에 작게 쓰인 모스크바 기준 출발시간만 보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Tip) 러시아 시베리아 횡당열차 티켓에는 모스크바 시간(MCK)’로컬 시간(MCK+0)’을 함께 표기한다. 헷갈리지 않도록 로컬 시간에 꼭 밑줄을 잘 그어 놓자.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요.

 

 

 

기차타러 가는 도중에 찍은 정교회

 

그리고 거리의 풍경들. 생각보다 차선이 많다.

 

거리를 거닐때 이 시계탑을 기점으로 지리를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