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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30일 목요일, 늦은 저녁
하루 종일 짐정리만 했다. 저번 주는 예방접종이니 각종서류니 관공서만 다녔던 것 같다. 대략 짐은 싱글침대를 가득 채울 만큼 나왔다. 배낭에 한번 다 넣고 시험 삼아 배낭을 메고 일어나려는데 일어나질 못했다. 부랴부랴 다시 짐을 덜어냈다. 장기여행을 위한 짐 싸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그런지 시행착오가 여행 시작 전부터 많았다.
2015년 이후 첫 해외출국이다. 지난 여행에서는 40일간 동남아를 돌아다녔었지만, 항상 첫 출국날은 긴장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집을 정리한 후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연남동 골목에 있는 ‘미나리 식당’에 갔다. 된장찌개와 함께 나온 간장불백은 잊지 못하는 맛이었다. 긴장한 탓인지 밥을 먹으면서 손이 떨렸다. 맛있게 다 먹고 집에 돌아와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짐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안녕! 나의 연남동 집 그리고 한국.
목요일 늦은 저녁의 공항철도는 텅 비어있었다. 설렘 반 긴장 반 때문에 자리에 앉지 못하고 23kg 되는 짐을 메고 서서 인천공항까지 갔다. 수하물을 붙이기 전까지 이렇게 무거운지는 몰랐다. 그냥 내가 뭔가 많이 들고 가서 무겁구나 싶은 정도였다.
“수하물 중량이 초과되어서요. 추가요금 65,000원 내셔야 해요”
“네...”
지상직 승무원이 말했다. 어쩐지 되게 무겁더라
“혹시, 휴대수하물에 커터칼이 있나요?”
“...예?, 네...버려주세요.”
공항보안검색대원이 말했다. 스케치연습을 위해 칼과 연필을 챙겼는데, 수하물로 붙이지 않았다. 시작 전부터 좌충우돌이었다.
2~3시간 남짓 비행을 해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새벽 2시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덩치 큰 러시아 사람들이 보였다. 긴장되기보다 그들의 무표정이 매섭고 무서웠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던 중, 나의 첫 해외입국심사가 떠올랐다. 늦은 밤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해 어버버 하는 수준의 영어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그때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내 차례가 왔다. 똑같은 기분이다.
“...”
질문 하나 없이 가라고 했다. 뭐지 이 쿨함(?)
밤비행이라 그런지 공항에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 같이 밤을 새울 계획인가보다. 그나마 좌석이 네 칸 이어진 의자를 찾았고, 배낭을 배게 삼아 자려고 누웠다. 공항의 조명 조도는 상당히 쌨다.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수준이어서 잠자는 것은 포기했다.
마침내 주변에 한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고 있어, 나도 같이 참여했다. 20대 군생활을 마치고 여행 온 두 친구, 나이는 모르겠으나 배낭여행 좀 해보신 누나 분이었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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