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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 18.08.30 ~ 19.02.14/'🇷🇺러시아' 긴 여정의 시작

러시아 06. 시베리아 횡단열차(2), 안녕 사샤!

솔직한 진욱씨 2024. 7. 14.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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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05. 시베리아 횡단열차(1), 72시간의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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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3일 월요일, 오전

 

내가 지금 타고 있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는 나 혼자 동양인이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있는 칸을 지나갈 때마다 나를 한 번씩 응시한다. 안 그래도 러시아인들은 매서운 눈매들인데 눈총들이 따갑다. 더군다나 달리는 기차 안이라 인터넷이 전혀 안된다. 간혹 연결될 때가 있는데, 문자만 볼 수 있는 정도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10분 남짓 기차 안을 구경하고 자리에 앉았다. 밖에 풍경 구경하는 것도 이미 익숙해졌다. 그야말로 고뇌의 시간이다. 온갖 잡생각이 들다가 어느 순간 의 상태로 이르게 된다. 득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없는 느낌이랄까... 그냥 멍 때리는 것이다. 너무 심심해서 준비해 온 스케치북을 꺼내서 낙서도 해보고, 낮잠도 자보고 해 봤지만 밖의 빠른 속도로 넘어가는 자연의 모습은 그대로다.

 

 

이런 작은 정차역에서는 짧게 휴식을 취한다. 대부분이 담배를 즐겨 핀다. 그와중에 파란색 옷을 입은 친구가 오늘의 주인공 '사샤'이다.

 

전광판 네온사인마저 이상하게 찍혀버린 어딘지 모르는 곳.

 

 

오랜 시간이 지나 기차는 잠시 멈추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큰 도시부터 작은 도시마다 정차하여 사람들을 내리고 태운다. 그러면서 탑승객도 같이 내려 휴식시간을 가진다. 작은 상점을 가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스트레칭을 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았다.(간혹 미성년자도 담배 피우기도 한다.)

 

 

역시나 어딘지 모르겠다...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20분 가량 정차했다.

 

고등학교 때 매점가거나 식당가는 모습이랑 흡사하다.

 

여기가 상점이다. 낡은 계단이며 그 옆에는 뭔지 모를 돌(?)이 있다.

 

 

사람들이 우르르 작은 상점으로 가길래, 나도 따라가 보았다. 샌드위치패널로 된 거의 가시설 건물 수준의 상점이었다. 과일과 요깃거리들을 샀다. 루블이 평가절하가 되어서 그런지 한국 물가의 거의 절반정도이다. 물가가 싸다고 느껴서 좋을 순 있으나, 반대로 화폐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은 해당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상품의 상태나 서비스가 떨어진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요깃거리로 산 망고주스는 유통기한을 한 참 지나 내용물이 모짜렐라 치즈마냥 덩어리 져 있었다.

 

기차를 오래 타다 보니 이런 사소한 상품들을 보기만 해도 색다르다.

 

줄이란 개념은 없지만 적당하게 눈치보며 계산을 하면 된다.

 

바나나, 사과 그리고 너무 오래되어서 치즈가 되어버린 망고 쥬스

 

 

다시 기타에 올라타 하염없이 창문만 바라봤다. 시간이 흘러 지났을까 저녁이 되었다. 아마 구경하느라 하루 다 보낸 것 같다. 얼마나 심심했는지 차장님의 일과를 분석했다랄까...?

 

[차장님의 일과표]

-화장실 청소 총 1(저녁)

-바닥 물청소 총 2(점심, 저녁)

-매번 기차역 정차 시 화장실 문 잠그기

-물 데워와 큰 보온통에 옮겨 담기

-흐트러진 침구류 정리

-승객들 관리하기

 

 

데워진 물을 주전자통에 옮겨주신다. 이제 홍차를 즐기면 된다.

 

'사샤'의 뒷모습.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랄까...사진 찍을 때, 사샤는 별 생각 없었겠지?

 

'사샤'는 메일주소를 알려줬다. 언제든 연락하라고 한다.

 

사샤는 동전을 수집한다. 나는 여행중 수집한 동전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흔쾌히 집주소를 알려줬다.

 

 

하바롭스크를 지나 여정의 60% 정도를 달렸을까? 옆옆 칸에 있던 키 큰 러시아 남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첫날에 내 자리를 찾는 걸 도와줬던 러시아인이었다. 이름은 사샤’ 37, 딸아이의 아빠이다. 심심하던 찰나 말을 걸어 주었다. ‘사샤는 가족들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인 치타라는 도시로 가는 길이다. 부인 분은 나름 무섭게 생기셨고, ‘사샤는 친근한 동네 삼촌 같았다. 그 사이에 딸 율리아는 천방지축 귀여운 소녀다. 내가 주로 지내던 서울에서 느끼기 힘든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이다.

 

너는 어디로 가?”

 

나는 지금 이르쿠츠크로 가. 바이칼 호수를 보러 가.”

 

혹시 일본인이니?”

이르쿠츠크, 그다음엔 어디로 가?”

너네 나라는 어때?:

혹시 너네 나라 동전 들고 있어? 내가 동전을 모으는 취미가 있어

 

 

노을 질 때, 한 번 더 정차했다.

 

'사샤'네 가족과 얘기를 많이 나누었는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읽을 수 없는 안내문도 보인다.

 

궁금해서 사 먹어 보았다. 소금에 엄청 절여진 오이다. 특별한 건 없었다.

 

 

 

인터뷰하듯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동양인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친구다. 최대의 국제 관심사인 북한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왜 한국 전쟁을 하였는지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 스탈린이 말이야.... 김일성을.... 어쩌고 저쩌고......

 

사샤의 가족은 스탈린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벌레 본 표정이었다. 2-3시간을 떠들었나, 벌써 밤이 다가와 침구류를 정리하고 잠에 들었다. 새벽 3시즘 이었나? ‘치타라는 역에 도착했는지, 기차를 떠나는 ‘사샤’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인사라도 할 걸 그랬다.

 

2019년 3월 모든 여행을 마친 뒤, 사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사샤는 이런저런 러시아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을 보내주었다. '빅토르 최' 노래도 소개해주었다. 그에 나는 여행을 잘 마무하였고, 내가 여행하며 모은 동전들을 사샤에게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제우편으로 동전(화폐)을 보내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계획이 무산되었다. 결국 직접 만나서 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그 동전 꾸러미는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202312월인 지금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종종 생각 날때면 연락을 주고 받는다. 러시아의 국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아 수집한 동전을 '사샤'에게 못 보내고 있다.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