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 18.08.30 ~ 19.02.14/'🇷🇺러시아' 긴 여정의 시작

러시아 12. 올흔 섬(4), 스위스 청년 ‘사이먼’

솔직한 진욱씨 2024. 8.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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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차의 트렁크는 주방으로 변했다. 아주 거친 주방이다.

 

깨알 같이 수평을 맞춰 생선수프를 끓인다.

 

간단한 식사지만 맛은 아주 맛있었다. 특히 투박하게 썰어넣은 야채와 생선을 끓여 낸 수프의 국물맛은 정말 일품이다. 아직도 여행을 다니면서 저 수프와 비슷한 맛을 찾아내려 하지만 찾지 못했다.

 

음식을 보며 즐기는 경치도 장난 아니다.

 

옆집가서 재료를 빌리러 갔다. 저 경사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경이롭다.

 

 

 

 

201897일 금요일, 오후

 

배고파!

 

바이칼 호수 구경을 마치고 차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운전기사 형님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점심식사를 준비 중이다. 다들 빈접시를 보고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기사 형님의 투박한 칼 솜씨로 생선과 여러 야채를 썰어 생선수프를 만들어왔다. 촉촉한 빵과 함께 먹는 수프는 너무 맛있다. 안에 들어간 재료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너무 맛있다.(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먹고 싶은 맛이다.) 식사를 마치니 차와 함께 엄청 달달한 디저트도 제공해 준다. 단 것을 잘 안 먹지만, 그 자리에서 4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봉우리 같은 곳에 내려다 주었다.

 

한 없이 펼처진 바이칼 호수

 

올흔 섬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사진으로는 가늠은 안되지만 오금이 저리는 높이다.

 

차량으로 돌아가는 길에 찍힌 '사이먼'

 

 

 

 

식기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 숙소로 돌아가는 듯했다. 돌아가는 도중에 몇 군데를 더 멈추었다. 절벽에서도 멈추고, 숲 속에서도 멈추고... 앞으로 내가 살면서 언제 이런 대자연을 다시 볼까? 그러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더 방문할 것을 다짐했다. 다음은 꼭 겨울에 와서, 꽝꽝 얼은 에메랄드 빛 얼음호수 위를 달리는 차를 탈 것이다.

 

투어를 마치고 마을 한가운데 정차하고, 차에서 같이 내린 한 청년(?)이 보여 나는 말을 걸었다. 28살 스위스인 사이먼과 나는 황량한 마을에 떡하니 보이는 카페로 같이 들어갔다.

 

 

 

카호보이 최북단 투어의 마지막 장소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그라데이션은 인상이 깊다.

 

이 드넓은 강이 겨울에는 꽝꽝 언다고 한다. 그 위로 걸어다니거나 차를 타고 달릴 수 있다.

 

겨울의 이 곳을 상상해 본다. 앙상한 가지사이로 떨어지는 눈과 에메랄드 색으로 얼어버린 호숫물 그리고 저 멀리 눈으로 뒤덮힌 산들

 

 

 

 

사이먼은 한국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남쪽 아닌 북쪽에 대해서 말이다. 얼마나 관심이 많았냐면,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다녔던 대학교를 알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현재 북한주민들이 처해진 현실들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대통령(독재자)이라는 사람이 자국민들을 굶을 정도로 힘들게 만들 수 있냐고 더러 화를 내기도 했다.

 

다 더러운 인간의 욕심 때문이지 않겠어?”

 

 

 

'사이먼'과 얘기를 나누러 들어온 아늑한 카페

 

'사이먼'은 스위스인이고, 산을 아주 좋아한다. 자기가 캠핑을 했던 산들 중 추천을 끊임없이 해줬다.

 

노을이 보기 위해 어제 온 장소에 다시 왔다. 떨어지는 해와 황금빛이 반사되는 바이칼 호수는 둘을 넋을 잃게 만들었다.

 

'사이먼'을 언젠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내가 인생샷 찍어줬다.

 

'사이먼'도 나를 찍어 줬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벌써 해가 지는 중이다. ‘사이먼은 밖에 노을을 보고 걷자고 한다. 어제 왔었던 호숫가에 도착했고, 둘이서 말없이 노을을 봤다. 시간이 지나고 각자 숙소 근처에 도착했다. ‘사이면은 내가 유럽일주 중에 스위스에 들리게 되면 자기네 집에서 숙박하라고 한다. 짧은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집으로 초대한다니,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숙박하진 안더라도 언젠가 스위스에 들리게 되면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

 

추워진 저녁, 오두막 같은 숙소에 돌아와 따뜻한 샤워를 하고 잠에 들었다.

 

 

 

이 모습이 마지막으로 본 바이칼 호수의 노을이 아니길 바란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숙소의 따뜻한 샤워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점점 어두워지는 쿠지르 마을과 올흔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