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2. 올흔 섬(4), 스위스 청년 ‘사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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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7일 금요일, 오후
배고파!
바이칼 호수 구경을 마치고 차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운전기사 형님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점심식사를 준비 중이다. 다들 빈접시를 보고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기사 형님의 투박한 칼 솜씨로 생선과 여러 야채를 썰어 생선수프를 만들어왔다. 촉촉한 빵과 함께 먹는 수프는 너무 맛있다. 안에 들어간 재료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너무 맛있다.(글을 쓰는 지금도 다시 먹고 싶은 맛이다.) 식사를 마치니 차와 함께 엄청 달달한 디저트도 제공해 준다. 단 것을 잘 안 먹지만, 그 자리에서 4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식기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 숙소로 돌아가는 듯했다. 돌아가는 도중에 몇 군데를 더 멈추었다. 절벽에서도 멈추고, 숲 속에서도 멈추고... 앞으로 내가 살면서 언제 이런 대자연을 다시 볼까? 그러곤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더 방문할 것을 다짐했다. 다음은 꼭 겨울에 와서, 꽝꽝 얼은 에메랄드 빛 얼음호수 위를 달리는 차를 탈 것이다.
투어를 마치고 마을 한가운데 정차하고, 차에서 같이 내린 한 청년(?)이 보여 나는 말을 걸었다. 28살 스위스인 ‘사이먼’과 나는 황량한 마을에 떡하니 보이는 카페로 같이 들어갔다.
‘사이먼’은 한국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남쪽 아닌 북쪽에 대해서 말이다. 얼마나 관심이 많았냐면,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다녔던 대학교를 알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현재 북한주민들이 처해진 현실들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대통령(독재자)이라는 사람이 자국민들을 굶을 정도로 힘들게 만들 수 있냐고 더러 화를 내기도 했다.
“다 더러운 인간의 욕심 때문이지 않겠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벌써 해가 지는 중이다. ‘사이먼’은 밖에 노을을 보고 걷자고 한다. 어제 왔었던 호숫가에 도착했고, 둘이서 말없이 노을을 봤다. 시간이 지나고 각자 숙소 근처에 도착했다. ‘사이면’은 내가 유럽일주 중에 스위스에 들리게 되면 자기네 집에서 숙박하라고 한다. 짧은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집으로 초대한다니,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숙박하진 안더라도 언젠가 스위스에 들리게 되면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
추워진 저녁, 오두막 같은 숙소에 돌아와 따뜻한 샤워를 하고 잠에 들었다.